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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심리를 배우다

아동학대와 애착이론

이따금 뉴스 사회면을 장식하며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드는 아동학대
사건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터지곤 한다. 아니 해가 바뀔수록 점점 증가하는 추세이다.

끔찍함을 넘어 '어떻게 부모가 저럴 수 있지?'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무엇 때문에 그들은 부모로서의 역할을 버리고 자기 아이를 일부러 다치게 하거나 방치하는 것일까.

 

이것은 엄마와 아기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탁월한 '애착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잘 아는 바와 같이 애착유형은 안정형 애착과 불안정 애착으로 구분하며, 불안정 애착은 다시 회피성 애착, 불안성 애착으로 나뉘고 혼란 애착을 따로 설명할 수 있다.

 

애착이 안정적으로 잘 형성되느냐의 문제는 아기가 부모나 다른 양육자로부터 본능적으로 '안전하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느냐에 있다. 불안정 애착의 유형의 아기들(회피성과 불안성)은 그나마 스트레스에 대해 나름의 일관적인 반응과 극복전략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혼란 애착은 불안정한 애착마저도 형성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이들은 스트레스에 대한 전략이 아예 없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생기면 어떻게 대처할지 모르고 혼란스러워한다.

 

혼란 애착을 보이는 아기들의 부모 유형을 다시 들여다 보면, 두 가지로 설명하는 것이 가능하다. 여기에서 우리는 아동학대의 원인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아기에게 제멋대로 굴거나 적대적인 경우이다. 엄마가 자기 일에 바빠서 아기에게 충분한 관심을 주지 못하는데, 이들을 역추적해 보면 어릴 때 신체적 학대를 당했거나 가정폭력을 목격한 경우가 많았다.

 

둘째 유형의 엄마들은 무기력하고 아기를 두려워한다. 이들은 아기를 돌보면서 땀을 흘리거나 허약해 보이는 경우가 많았으며, 어른으로서 아기와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모르는 것처럼 보여진다. 이 내향적이고 의존적인 엄마들은 어릴 때 성적학대에 시달렸거나 부모를 잃은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아기와 떨어져 있다가 다시 만나도 반가움을 표현하지 않았고, 아기가 울어도 안아주지 않는다. 그런데 그런 행동들이 고의적인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다만 엄마로서 아기와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지 모르는 듯 보였다. "정서적 조율"이 어려운 것이다.

 

자신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엄마를 보며, 아기는 점차 더 서글퍼지고 시무룩해지며 엄마에게 저항하게 된다.

그런 아기를 보면서 엄마는 아기와의 관계에서 더 많이 좌절을 느끼고 무기력해진다. 이렇게 엄마가 자신의 아이를 '상호 조화로운 관계를 형성할 대상'으로 보지 못하고, 자신에게 좌절감을 안겨주고 분노를 유발하며 유대감을 느낄 수 없는 "낯선 존재"로 느끼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 우리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학대'가 자연스레 이어지는 것이다.

 

'애착이론의 내적 작동 모델과 상담적 적용점'(김진숙, 2013) 및 '몸은 기억한다'(베셀 반 데어 콜크, 2016)에서 일부 인용했음.